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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과 식사 – 음식은 줄었지만 맛은 더 깊어졌다

식탁 위의 가벼움이 마음까지 채워준 순간 나는 한동안 식사를 단지 ‘채워 넣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엔 바쁜 출근 준비에 쫓겨 허겁지겁 식빵을 물고 나섰다. 출근길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사과를 베어 물곤 했다. 점심은 밀린 업무 중간에 대충 때우기 일쑤였다. 저녁은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배달앱을 켜고 기름진 음식을 폭식하곤 했다. 늘 배는 부르지만 어딘가 공허했고,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은 나를 지치게 만들기만 했다.그러다 어느 날, 삶의 다른 영역에 미니멀리즘을 적용하던 중 문득 ‘식사도 덜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식사 횟수와 종류를 줄이고 식단을 단순하게 정리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음식은 줄었지만 맛은 오히려 깊어졌고, 식사 시간이 나에게 ..

미니멀리즘과 가족 – 부모님의 물건을 비우지 못한 이유

물건을 버리면 공간은 비워졌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 방의 물건들을 하나둘 정리해 나갔다. 책을 줄이고, 무료 나눔을 통해 옷을 나누어주었다. 또한, 하루에 한 물건 버리기 활동을 진행하며 오래된 잡화와 장식들을 처분하며 공간은 점점 넓어졌다. 그 과정은 가벼웠고 해방감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리가 멈추었다. 문제는 내 것이 아닌 부모님의 물건들이었다. 내가 자란 집 안 곳곳에는 부모님이 십 수년간 간직해온 물건들, 오래된 기념품과 낡은 옷, 수명이 다한 가전제품들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 물건들을 볼 때마다 ‘이건 정리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손을 대려 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리고 그것이 단..

미니멀리즘과 SNS 인간관계 – 언팔보다 필요한 건 내 감정 정리였다

관계를 비우고 싶은 것은 사람보다 내 마음 때문이었다 SNS 속 관계는 참 이상하다. 현실에서는 거의 교류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사진 하나, 스토리 하나로 하루의 기분이 흔들리기도 한다. 나도 그런 감정의 진폭을 수없이 경험했다. 어떤 날은 다른 친구의 명품 가방 구매 후기를 보며 내 일상이 초라해져 보이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상대방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답글을 받았을 때 괜히 기분이 상하고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피로함이 쌓여갈수록, ‘차라리 다 언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막상 언팔 버튼을 누르기엔 복잡한 감정들이 따라왔다. 예의가 아닌 것 같았고 나는 언팔로우했지만 그는 팔로우를 하고 있기에 괜히 뒤에서 욕먹을까 걱정되었다. 또한, 애써 맺은 관계를 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