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허기질 때마다 ‘결제’ 버튼을 눌렀다 언젠가부터 내 하루가 쇼핑 알림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동적으로 쇼핑몰 앱을 켜서 ‘특가’, ‘한정 수량’이라는 단어가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이미 집에 있는 것과 비슷한 문구류들은 사고 나서 후회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조금씩채워지는 듯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물건을 산 게 아니라, 감정을 눌러 담는 방식을 배운 것이었다.특히 퇴근 후 무기력한 상태로 집에 돌아온 날이면, 예쁜 것을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는 과정을 통해 “오늘 하루도 뭔가 한 일은 있다”는 느낌을 받으려 했다. 문제는, 그 소비가 반복될수록 나는 더 공허해지고 있었고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다시 소비에 기대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