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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미니멀리즘 – 소음을 줄이니 생긴 감각들 소리 없는 공간 속에서, 처음으로 나를 들었다 나는 시끄럽지 않은 하루를 살아본 적이 없었다. 휴대폰 알람으로 눈을 뜨면서 아침을 시작했다. 출근을 준비하면서는 유튜브를 보면서 소리가 쉴 틈 없이 이어지도록 했다. 출근길에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지하철 소음을 덮었다. 회사에서는 키보드 소리와 에어컨 바람, 동료들의 대화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퇴근 후에도 TV나 유튜브, 배달 오토바이 소리까지 소음은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녔다. 어느 날 밤, 문득 방 안에 모든 전자기기의 전원을 끄고 앉아보았다. 그 순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렇게 조용할 수 있었던가?’ 그날 이후 나는 실험을 시작했다. '소음을 하나씩 줄여보는 ‘소리의 미니멀리즘’이었다. 소리를 없애자 내 안의 감각들이 하나씩 깨어났다. 이..
“마음이 어지러울 땐 바닥부터 닦았다 – 미니멀리즘이 바꾼 나의 청소 철학 청소는 감정까지 정리할 수 있을까? 청소는 단순히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실천한 이후 나는 그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청소를 ‘감정 정리’의 행위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직장 생활의 피로와 스트레스, 대인관계에서 오는 미묘한 감정들, 혼자 감당해야 했던 감정의 파도는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럴수록 나는 청소라는 단순한 행동에 기대게 되었다. 단순히 먼지를 닦고 바닥을 정돈하는 행동이었지만, 그것이 나에게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청소라는 행위는 복잡한 현실에서 나를 통제할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루틴 중 하나였다. 하루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거나 일상이 무너지듯 어긋나도 나는 청소를 통해 다시 중..
미니멀리즘과 '나는 누구인가' – 물건이 사라지자 정체성이 또렷해졌다 나는 내가 가진 물건일까, 그 이상일까 오래전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자기소개를 할 때면 늘 직업이나 거주지, 소지품 같은 외적인 요소에 의존하게 되었다. 나의 내면이나 가치관 등 그 이상을 말하려 하면 당황스러웠다. 나는 나의 옷장, 책상, 스마트폰, 지갑 안의 카드들, 노트북에 깔린 앱들로만 이루어진 사람일까?그렇게 생각하던 어느 날, 우연히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고, 조금씩 물건을 줄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지 공간을 깔끔하게 만들기 위한 정리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감정이 찾아왔다. 물건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내 안의 어떤 것이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내 감정, 생각, 취향, 철학 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나는 물건을 줄..
미니멀리즘과 감정기록 - 하루 1문장으로 마음을 비우다 감정도 쌓이면 공간을 차지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을 느낀다. 기쁨, 짜증, 불안, 설렘, 후회 등의 감정이 있다. 대부분은 흘려보내는 듯하지만, 사실은 무의식 속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무거워지는 이유가 꼭 일이 많아서만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일보다 ‘기분’에 지쳐 있었다. 감정이란 정리하지 않으면 쉽게 뒤엉키고, 억누르면 언젠가 더 큰 무게로 돌아온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러다 미니멀리즘을 삶에 적용하며, 공간만이 아니라 ‘감정’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 복잡한 것들을 쏟아낼 수는 없을까? 그렇게 나는 하루 한 줄씩 감정을 적기 시작했다. ‘하루 1문장 감정기록’은 예상보다 강력했고, 단순한 문장이 나의 감정 공간을 비워주는 역할..
미니멀리즘과 주말 - 바쁠수록 시간을 비웠다 시간이 없을수록 ‘아무것도 안 하기’를 배웠다주중은 말 그대로 ‘소진의 연속’이다. 회의, 미팅, 업무 요청, 알림 등등 무엇 하나도 스스로 선택한 일정이 아니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주말이 다가온다. 예전의 나는 주말을 “밀린 일을 처리하는 시간”으로 여기곤 했다. 정리하지 못한 서류를 챙기며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이후, 방청소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보낸 주말은 ‘쉬었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몸은 더 무겁고 마음은 더 불안했다. 그때 깨달았다. 주말에 필요한 건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비우는 시간’이었다. 미니멀리즘은 단지 물건을 줄이는 삶의 태도가 아니라, 시간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이기도 하다. 바쁠수록 시간을 비워야 한다..
미니멀리즘과 식사 – 음식은 줄었지만 맛은 더 깊어졌다 식탁 위의 가벼움이 마음까지 채워준 순간 나는 한동안 식사를 단지 ‘채워 넣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엔 바쁜 출근 준비에 쫓겨 허겁지겁 식빵을 물고 나섰다. 출근길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사과를 베어 물곤 했다. 점심은 밀린 업무 중간에 대충 때우기 일쑤였다. 저녁은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배달앱을 켜고 기름진 음식을 폭식하곤 했다. 늘 배는 부르지만 어딘가 공허했고,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은 나를 지치게 만들기만 했다.그러다 어느 날, 삶의 다른 영역에 미니멀리즘을 적용하던 중 문득 ‘식사도 덜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식사 횟수와 종류를 줄이고 식단을 단순하게 정리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음식은 줄었지만 맛은 오히려 깊어졌고, 식사 시간이 나에게 ..
미니멀리즘과 가족 – 부모님의 물건을 비우지 못한 이유 물건을 버리면 공간은 비워졌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 방의 물건들을 하나둘 정리해 나갔다. 책을 줄이고, 무료 나눔을 통해 옷을 나누어주었다. 또한, 하루에 한 물건 버리기 활동을 진행하며 오래된 잡화와 장식들을 처분하며 공간은 점점 넓어졌다. 그 과정은 가벼웠고 해방감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리가 멈추었다. 문제는 내 것이 아닌 부모님의 물건들이었다. 내가 자란 집 안 곳곳에는 부모님이 십 수년간 간직해온 물건들, 오래된 기념품과 낡은 옷, 수명이 다한 가전제품들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 물건들을 볼 때마다 ‘이건 정리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손을 대려 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리고 그것이 단..
미니멀리즘과 SNS 인간관계 – 언팔보다 필요한 건 내 감정 정리였다 관계를 비우고 싶은 것은 사람보다 내 마음 때문이었다 SNS 속 관계는 참 이상하다. 현실에서는 거의 교류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사진 하나, 스토리 하나로 하루의 기분이 흔들리기도 한다. 나도 그런 감정의 진폭을 수없이 경험했다. 어떤 날은 다른 친구의 명품 가방 구매 후기를 보며 내 일상이 초라해져 보이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상대방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답글을 받았을 때 괜히 기분이 상하고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피로함이 쌓여갈수록, ‘차라리 다 언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막상 언팔 버튼을 누르기엔 복잡한 감정들이 따라왔다. 예의가 아닌 것 같았고 나는 언팔로우했지만 그는 팔로우를 하고 있기에 괜히 뒤에서 욕먹을까 걱정되었다. 또한, 애써 맺은 관계를 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