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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과 계절 - 계절 옷이 아닌 계절 감정을 챙기다 계절을 바꿀 때마다 나는 더 복잡해졌다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분이 오히려 불편해졌다.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는 설렘을 느끼기보다는 옷 정리, 신발 정리, 생활용품 교체 등 ‘해야 할 일’이 먼저 떠올랐다. 여름이 끝나면 얇은 옷을 정리하고, 겨울이 오면 이불과 패딩을 꺼내며 철마다 반복되는 옷장의 변화가 내 마음도 어지럽게 만들었다. 정리하지 않는다면 옷이 섞여 옷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었다. 서랍과 옷장은 언제나 계절에 쫓기듯 움직였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 사이에서 ‘늦은 계절’처럼 뒤처진 감정을 느끼곤 했다.그러다 문득, 이런 계절 전환의 피로가 단지 물건 때문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되지 않은 건 옷이 아니라, 계절마다 떠오르는 감정과 기억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
미니멀리즘과 월경 – 생리대부터 감정까지 비워낸 경험 불편한 것은 생리 자체가 아니라, 내가 쌓아두었던 것들이었다 나는 매달 월경 기간이 다가오면 알 수 없는 불편함과 무거운 감정에 시달렸다. 단지 육체적인 증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생리통, 피로, 예민함 등 신체적 고통도 물론 존재했다. 정작 나를 가장 지치게 만든 것은 이 시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감정의 혼란과 관리의 부담이었다. 생리대, 진통제, 여분의 속옷, 여분의 옷, 핫팩 등을 챙겨야 해서 가방은 늘 무거웠다. 또한, 생리 시기가 불규칙하기에 갑작스럽게 월경이 시작되어서 속옷에 묻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었다. 가방은 항상 무겁고, 머릿속은 더 복잡했다. ‘이걸 챙겼나? 혹시 새어 나진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화장실을 갈 때마다 혹시 새지는 않았을까 계속 확..
미니멀리즘과 연애 - 덜어낼수록 진짜 관계가 보인다 연애를 힘들게 했던 것은 감정이 아니라 과잉된 기대였다 연애를 할 때마다 지치키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늘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사랑이란 본래 설레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연인과 대화 하나, 메시지 하나에도 오해가 생기게 되면 더 크게 싸우게 된다. 또한, 상대의 행동에 과하게 반응하며 스스로 감정 소모를 키웠다. 연인과 더 가까워지려 할수록 더 많은 감정이 소비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버티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던 중 나는 나 삶에 미니멀리즘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그 변화는 뜻밖에도 연애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감정, 과도한 기대, 무리한 노력까지 덜어내는 것이 ..
미니멀리즘 직장생활 – 사무실 책상 하나가 나를 바꿨다 내 삶을 어지럽힌 것은 과도한 물건이 아니라, 선택의 피로였다 사무실 책상은 단순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문서를 쌓고, 커피를 올려두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하는 장소 그 이상은 아니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평범한 책상이 내 일의 효율성과 감정 상태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어지럽게 흩어진 포스트잇, 쓰지 않는 문구류, 각종 장식품, 잡지, 버려야 할 쓰레기들에 둘러싸인 채 하루를 시작했다. 무엇부터 처리해야 할지 모른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고, 집중력은 점차 낮아졌다.업무에 대한 피로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시작 전의 불필요한 선택’들에서 비롯되었다. 이 깨달음을 계기로 나는 사무실 책상을 완전히 비우고, ..
미니멀리즘이 준 선택의 힘 - 결정 피로가 사라진 이유 선택은 자유가 아니라 피로였고, 미니멀리즘은 그것을 깨닫게 했다 나는 항상 결정을 잘 내리는 사람이었다. 내 능력 중 하나가 빠르게 판단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도 지쳐 있었다. 정확히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던 중, 내 하루는 '선택의 연속'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옷을 입을지, 오늘 어떤 일을 먼저 처리할지, 심지어 어떤 음악을 들을지에 대한 사소한 결정들이 나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반복되는 ‘선택’이 불러온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였다. 미니멀리즘은 나에게 그런 피로의 근원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
미니멀리스트의 냉장고 - 먹을 만큼만, 채워도 비워도 만족 음식이 아니라 감정이 쌓여 있던 냉장고 자취를 하던 대학생 시절, 나는 냉장고가 꽉 차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무언가를 꺼내 먹을 수 있다는 여유, 식재료가 풍성하다는 것은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바탕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은 바쁘게 사는 나에게 주는 보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문을 열 때마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음식물들이 섞여 있는 냄새, 배달하고 남은 음식, 남은 반찬을 남아놓고 까먹었던 반찬통. 눈앞에 펼쳐진 이 작은 공간이 부담스러웠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가득 찬 냉장고는 사실 내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계획과 감정, 미련의 축적이었다. 어떤 사람은 냉장고에 삶이 담긴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실감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게 되..
미니멀리즘과 인간관계의 ‘거리두기’ – 덜 친하니 더 편하다 사람 사이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사람을 많이 알아야 세상에서 외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락처 목록이 많고, 약속이 빼곡히 잡힌 주말이 자랑처럼 느껴지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런 관계들이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소중한 사람보다는 소모적인 관계가 더 많다는 걸 느꼈다. 또한, 어떤 대화는 만나기 전부터 피곤함이 앞섰다. 미니멀리즘을 삶에 도입하면서, 나는 단순히 물건만이 아니라 인간관계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물건은 주로 눈에 보이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마음속에 남는다. 그래서 더 어렵고 더 지치게 만든다. 내가 직접 정리해보지 않으면 결코 줄어들지 않는 감정적 부채가 쌓여가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이다. 이 글에서는 내가 어떤 과정을 통..
미니멀리즘 여행법 – 짐 5kg으로 유럽을 다녀온 이야기 가볍게 떠났더니, 더 깊게 머무를 수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 가방 싸는 일만큼은 늘 고민이 많았다. 날씨는 어떨까, 혹시나 비가 오지는 않을까 등을 걱정하였다. 또한, 월경이 갑작스럽게 시작되었을 때를 대비하여서 어떤 옷을 챙겨야 할까를 생각하며 이것도, 저것도 넣다 보면 가방은 점점 무거워졌다. 이 짐을 공항에 들고 갈 생각을 하니 출국 전부터 피로감이 쌓이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이번 여행은 완전히 가볍게 가보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 짐 무게는 항공사 기내 반입 기준에 딱 맞춘 5kg, 그 안에 내 여행의 전부를 넣기로 한 것이다. 목적지는 유럽, 여행 기간은 16일.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짐이라고 했고, 내 자신도 불안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은 지금까지 내가 떠났던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