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과 '나는 누구인가' – 물건이 사라지자 정체성이 또렷해졌다
나는 내가 가진 물건일까, 그 이상일까 오래전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자기소개를 할 때면 늘 직업이나 거주지, 소지품 같은 외적인 요소에 의존하게 되었다. 나의 내면이나 가치관 등 그 이상을 말하려 하면 당황스러웠다. 나는 나의 옷장, 책상, 스마트폰, 지갑 안의 카드들, 노트북에 깔린 앱들로만 이루어진 사람일까?그렇게 생각하던 어느 날, 우연히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고, 조금씩 물건을 줄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지 공간을 깔끔하게 만들기 위한 정리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감정이 찾아왔다. 물건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내 안의 어떤 것이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내 감정, 생각, 취향, 철학 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나는 물건을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