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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으로 극복한 소비 중독 이야기 – 더 이상 쇼핑으로 나를 위로하지 않는다

 

감정이 허기질 때마다 ‘결제’ 버튼을 눌렀다

 언젠가부터 내 하루가 쇼핑 알림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동적으로 쇼핑몰 앱을 켜서 ‘특가’, ‘한정 수량’이라는 단어가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이미 집에 있는 것과 비슷한 문구류들은 사고 나서 후회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조금씩

채워지는 듯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물건을 산 게 아니라, 감정을 눌러 담는 방식을 배운 것이었다.

특히 퇴근 후 무기력한 상태로 집에 돌아온 날이면, 예쁜 것을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는 과정을 통해 “오늘 하루도 뭔가 한 일은 있다”는 느낌을 받으려 했다. 문제는, 그 소비가 반복될수록 나는 더 공허해지고 있었고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다시 소비에 기대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카드 결제 내역을 정리하다가 깨달았다. 나는 ‘갖고 싶어서’ 산 것이 아니라,
‘마음이 허전해서’ 계속 소비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미니멀리즘으로 인해 쇼핑을 안 하게 되다

 

소비가 쌓일수록, 나에 대한 믿음은 사라졌다

지출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더 깊은 자괴감을 안겨줬다. 첫 월급을 받고 나서 적지 않은 월급이었지만, 한 달 후 나의 통장 잔액은 0원이었다. 물건은 쌓여가는데, 마음은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또한, 일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통장 잔고가 늘지 않아서 기분은 늘 좋지 않았다. ‘이것만 사고 이번 달은 진짜 끝!’이라고 다짐해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심지어 사놓았지만 포장도 뜯지 않은 채로 쌓여가는 물건들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할까?”라는 자기비판이 쌓여갔다.

그 때부터 쇼핑은 더 이상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나 자존감을 갉아먹는 반복적인 패턴이었고, 그런 내 자신이 싫어 다시 소비로 도망쳤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기 위해 하는 행동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반복을 끊지 않는다면 물건뿐만 아니라 내 정체성까지 소비에 잠식당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소비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비우기’는 나를 멈추게 하는 유일한 기술이었다

 내가 처음 선택한 것은 ‘정리’였다.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가벼운 유행처럼 느껴졌지만, '소비의 반대편에 서보자'는 마음으로 작은 실천을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옷장을 정리하고 옷을 버리는 일이었다. 옷을 하나씩 꺼내 손에 쥐고 물었다.
“이건 나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으로 산 것일까? 아니면 그냥 그 순간의 감정으로 구매한 것일까?” 내가 한 계절 동안 산 옷들 중 감정을 제외한 옷들은 단 3벌뿐이었다. 그걸 하나씩 덜어내는 순간, 나의 공간이 아니라, 나의 감정이 정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물건을 줄이기 시작한 이후, 쇼핑 욕구도 함께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건을 덜어내며 ‘가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을 회복하게 된 것이다. 정리는 단순히 비우는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왜 선택해 왔는지를 되돌아보는 과정이었다.

 

소비를 멈추는 것은 나를 신뢰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었다

 예전의 나는 나 이걸 참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내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생긴 변화는
“나는 나의 선택을 믿을 수 있다”라는 확신이었다. 물건이 줄어들수록 나는 나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알게 되었고, 지금 정말 필요한 것과 잠깐의 감정에서 비롯된 욕구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쇼핑 앱을 지우고, 결제 알림을 끄고, 카드 내역을 매주 점검하며
조금씩 나와의 관계를 회복해 갔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런 나의 변화가 단순히 소비 습관을 바꾼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신뢰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는 점이다. 이제 나는 소비로 감정을 눌러 담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였고 비워진 공간에 나의 진짜 필요와 취향을 채워간다.

이제 쇼핑은 위로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과거에는 쇼핑이 나의 감정을 위로해주던 유일한 수단이었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이유 없이 우울할 때나 혹은 내가 공부하고 있는 자격증 공부에서 실패했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쇼핑몰을 열었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결제를 마치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박스를 열고 물건을 꺼낸 순간, 다시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 감정을 덮기 위해 또 다른 물건을 찾아 헤맸다. 아직도 완전히 그 습관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있다. 지금의 나는 그 반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쇼핑이 위로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그 감정에 더 진실하게 반응하고자 한다. 미니멀리즘은 나에게 단순한 정리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나를 돌보는 전혀 다른 방식의 연습이었다. 물건을 살 때마다 묻는다. “이 것은 앞으로의 나에게 의미가 있을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많은 충동적인 소비가 멈추어지고 숨을 한 번 고른다. 나는 이제 단지 갖기 위해 소비하지 않는다. 그보다도 ‘무엇을 가지고 있을 때 내가 더 나다워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선택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내가 더 이상 나 자신을 소비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나는 나를 소비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다

 

 소비를 줄이는 일은 단순히 카드 결제를 멈추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도망치지 않기로 한 작은 용기였다.
아직도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나가는 길에 예쁜 것을 보면 쇼핑 카트에 담곤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더 이상 충동을 이유로 스스로를 탓하지 않고, 그럴 때일수록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한다. 미니멀리즘은 나에게 덜 갖는 삶이 아니라, 나를 더 존중하는 삶을 알려주었다. 쇼핑으로 감정을 가리는 대신 그 감정을 돌보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무언가를 갖는 대신 스스로를 지켜내는 선택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쌓일수록, 나는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앞으로의 나의 선택을 언제나 믿을 것이며, 나의 목표를 이루는 날까지

나의 결심은 계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음을 말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