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 미니멀리즘

나만의 미니멀리즘 정리 기준 – 버릴 것과 남길 것

Simpinfo 2025. 6. 26. 23:43

 

미니멀리즘, 내 손끝에서 시작된 선택의 철학

 정리란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행위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리는 ‘지금의 나’를 정의하는 행동이고, 물건 하나하나를 통해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다. 물건을 줄이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나는 매일같이 선택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 반복은 결국 나의 삶을 덜어내는 미니멀리즘의 시작점이 되었다. 우리는 수많은 기준을 보고 들으며 ‘정리’라는 말을 배워왔지만, 정작 나만의 기준은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다. 미니멀리즘은 남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철학을

통해 물건을 분류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언이다. 


나만의 미니멀리즘 정리 기준

 

미니멀리즘이 알려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나의 시간 차이에서 오는 착각이었다. 과거에 좋아했던 물건이 지금도 나에게 중요할 것이라고 믿는 습관은, 정리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문장을 기준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물건이 오늘의 나에게 필요한가?”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의외로 많은 물건들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과거에 좋아했던 티셔츠, 노트 앞의 귀여운 캐릭터 때문에 쟁여

두었던 공책,  비싸게 샀지만 한 번도 쓰지 않은 컵까지. 미니멀리즘은 나에게 말해줬다. ‘언젠가’를 위해 남긴 물건은, 지금의 나를 방해하고 있다고. 내가 기준을 ‘과거의 추억’에서 ‘현재의 나’로 옮기자, 진짜로 필요한 것들만 선명해졌다.

 

미니멀리즘 정리 기준 3단계: 고요, 간결, 기능

 정리는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 되어야 한다. 나는 나만의 미니멀리즘 정리 기준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고요, 간결, 기능.

  1. 고요: 이 물건이 내 시선을 빼앗지 않는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크기가 큰 물건은 시각적 피로를 준다. 
  2. 간결: 형태나 용도가 단순한가? 다기능보다는 한 가지 기능에 충실한 물건이 더 실용적이다. 
  3. 기능: 지금 이 순간 실제로 사용되는가? 장식용이 아닌, 실질적으로 손에 잡히는 물건만 남긴다.

이 기준을 통해 나는 전자기기를 절반으로 줄였고, 색이 튀는 옷은 정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패도 있었다. 처음에는 정리에

대한 의욕이 앞서, 20리터 쓰레기봉투에 옷을 담아 전부 버렸는데, 일주일 후 회사 체육대회가 열렸고 편하게 입을 체육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내가 실수했구나’ 싶었지만, 그 경험 덕분에 모든 정리는 한 번에 끝내기보다 ‘단계적으로 비우기’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미니멀리즘은 결국 "내가 소비한 것이 아니라, 소비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는 방식"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미니멀리즘은 감정과의 협상이다

 가장 버리기 어려운 건 비싼 물건도, 오래된 물건도 아니었다. 감정이 얽힌 물건들이었다. 생일에 받은 머그컵, 전 연인이 함께 고른 화장품 파우치, 고등학교 때 사용했던 플래너. 이 물건들을 손에 들었을 때, 나는 물건이 아니라 기억과 마주했다. 그래서 나는 이

물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물건은 기억을 보관하는가, 감정을 붙잡는가?”

감정의 저장소는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어야 한다. 나는 추억을 지우지 않기 위해 다이어리에 기록을 남기고 스티커 사진을 통해 

감정을 옮겨 담기 시작했다. 물건보다 나만의 기록을 살펴보면서 추억에 잠기기로 결심했다. 이건 버림이 아니라 재배치였다.

오히려 이렇게 글로 감정을 되새기면서, 물건이 있었을 때보다 더 선명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미니멀리즘으로 남긴 것들의 공통점

 

  정리를 끝낸 후 남은 물건들을 천천히 바라봤다. 이상하게도 이 물건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내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물건'이었다는 점이다. 무심코 남아 있던 것이 아니라, '당신은 있어도 좋다'라고 내가 인정해 준 존재들이었다. 

가족의 반응도 의외였다. 다 버리기 시작하자 엄마는 "집이 훨씬 깔끔해졌고, 좁던 방도 더 넓어 보여."라고 응원해 주셨다. 그 반응에

힘입어 나는 내 방뿐만 아니라 엄마와 함께 집 전체를 정리하게 되었다. 지금도 우리는 1주일 이내에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아깝지

않게 비우는 습관을 함께 실천하고 있다. 

지금 내 책상에는 필요한 것만 있고, 옷장 속 옷은 2초면 선택이 끝난다. 남은 물건은 나를 표현하고, 내 리듬을 지켜주는 조용한

동료처럼 느껴진다. 미니멀리즘은 삶의 분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미니멀리즘은 줄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미니멀리즘을 ‘덜어내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미니멀리즘은 오히려 나를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수많은 물건 속에 가려져 있던 나의 취향, 습관, 기준이 다시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버림의 기준은 더 이상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한다. 이제 나는 버릴 것과 내 주변에 남길 것을 고를 때, ‘이게 나를 설명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렇게 나만의 정리 철학이 자리 잡았고, 그 철학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방식이 되었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함이 아니라, 진짜 나를 꺼내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