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이 자존감을 회복한 이야기 - 덜어냄이 만든 진짜 나

Simpinfo 2025. 6. 28. 18:00

 

나가 줄인 건 물건이 아니라, 나를 깎아먹는 감정이었다

 대학생 시절, 나는 쇼핑을 정말 자주 했다. 용돈을 받는 날이면 미리 위시리스트에 담아둔 옷을 하나씩 구매했다. 색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치마를 여러 벌 사는 일도 있었다. 결국 월말이면 항상 용돈이 부족했고, 나의 스트레스를 소비로 풀었던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취직한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피곤한 날에는 예쁜 옷을 클릭했고, 일이 힘든 날엔 향초나 노트, 인테리어 소품들로 공간을 꾸몄다. 물건을 사고 나면 당장은 기분이 좋아졌지만, 며칠이 지나면 다시 허전해졌다. 그리고 그 허전함을 또 다른 소비로 메우는 악순환은 계속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자존감이 아니라 ‘소비로 포장한 자아’였다.
나는 명품을 갖고 있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예쁜 것들이 내 방에 많으면, 내 삶도 예뻐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다 어느 날,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블라우스를 입어보지도 않고 포장된 채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 멈칫했다.
“나는 왜 이걸 사놓고도 입지 않았지?”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나를 꾸미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감추기 위해 물건을 사들이고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미니멀리즘 이후 자존감 회복

내가 누구인지 모른 채, 물건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했다

 나는 한때 ‘갖고 있는 물건이 많을수록 곧 나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믿었다. 유명한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비싼 브랜드, 연예인 협찬 상품, 예쁘다고 입소문 난 아이템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똑같은 것을 따라 사곤 했다. 직장 초년생 시절, 사무실에 어울리는 정장을 몇 벌 사놓았지만 각 계절마다 1번씩 밖에 입지 못하였다. 하지만,  옷걸이만 차지하고 있었다. 더 이상 필요한 게 없지만 쇼핑몰을 들락날락했고, 배송 알림을 받을 때마다 괜히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물건을 받고 하나씩 명품 물건을 모으는 순간만큼은 내 존재가 조금 더 나아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착각에 익숙해지자, 나는 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유지하려 했고, 내가 뭘 원하는지보단, 어떻게 보일지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하루는 문득, ‘이 옷들은 내가 좋아서 산 걸까, 아니면 어울려 보이려고 산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멈춰 섰다. 내가 나를 꾸미기 위해 선택했던 물건들조차, 사실은 내 자신을 숨기기 위한 방어막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나는 누구인지도 모른 채, 물건을 통해 나를 증명하려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진짜 나는 없고, '소유한 나'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비워내면서 드러난 것은 감추고 있던 내 취향이었다

 물건을 줄이기로 마음먹은 후, 나는 옷장부터 하나씩 열기 시작했다. 내 방에서 내 손이 닿는 모든 공간을 살펴보며 한 가지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이 물건이 지금의 내 삶에 어울리는가?”

그 기준으로 물건을 바라보자, 단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선택했던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스스로 놀라게 되었다.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향이 좋다고 유명해서 구매한 향수,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트렌디하다는 이유로 메고 다녔던 검은색 백팩, 제대로 읽지 않았지만 있어 보이고 싶어 책장에 꽂아두었던 자기계발서들이 있었다. 

그런 물건들을 하나씩 덜어내자, 내 방은 점점 ‘타인의 기대에 맞춰 꾸민 공간’에서 ‘나의 필요에 맞는 공간’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좋아하는 색, 질감, 향기, 글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엔 흐릿했던 내 취향이, 공간이 정리되자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제는 가격이나 유행보다, “이게 나다운 선택인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건 단순히 취향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기호를 인정하는 일이었다. 작은 물건 하나를 고르며 “나는 이걸 좋아해도 돼”라고 말하는 연습을 하게 됐고, 그 것은 나가 나 자신을 믿게 된 자존감 회복의 첫걸음이 되었다.

 

기준이 생기자 선택이 쉬워졌고, 나를 덜 비교하게 되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과 나를 자꾸 비교하였다. 나는 왜 저렇게 잘 꾸미지 못할까?”,왜 저 사람은 비싼 브랜드만 어떻게 입을 수 있을까?” 이러한 비교는 끊임없이 나의 자존감을 깎아 먹었고, 결국 나는 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선택하며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 생기자,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이나 정보에도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SNS도 덜 하게 되었고 내 공간에 필요한 것만 두는 것처럼 내 정신에도 꼭 필요한 자극만 들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타인을 따라가느라 소모되던 에너지가 줄었고,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걸 좋아하는 사람이야라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기준이 생기자, 선택이 쉬워졌고 비교가 줄었다. 그리고 그건 결국, 내 자존감을 잃지 않는 방법이 되었다.

 

나를 덜어내니, 진짜 나를 꺼낼 수 있었다

 예전의 나는 타인의 기준에 맞는 나를 만들어내느라 지쳐 있었다. 이런 것을 입고 다닌다면 타인이 예쁘다고 해주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은 그 반대였다. 더할수록 나와 멀어지고, 덜어낼수록 진짜 나 자신의 모습과 가까워졌다. 정리하면서 느낀 건, 버린 물건만큼 내가 나를 비난하던 마음도 함께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물건을 줄이는 과정은 결국 나를 괜찮다고 여기는 훈련이기도 했다. 비어 있는 공간을 보고도 조급하지 않고, 가지지 않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건 다른 누구도 대신 만들어줄 수 없는 내 안에서 자란 자존감이었다.


덜어낸 자리, 그 안에 나를 다시 채우는 중이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지만, 아직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흔들리고, 누군가와 비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정말 옳을까?” 예전에는 그 질문조차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나를 덜어내고, 정리해 보고, 붙잡아 본 경험이 있다. 그러한 경험 덕분에 지금은 불안한 순간에도 스스로를 믿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버리려던 스웨터를 다시 꺼내 입은 적이 있다. 예쁘지도 않고 유행도 지난 옷이었지만, 이상하게 그날의 나는 그 스웨터가 꼭 나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자존감은 겉으로 보이는 ‘괜찮은 나’가 아니라, 내가 나를 괜찮다고 여기는 그 마음에서 자란다는 것을 말이다.  미니멀리즘은 나에게 단순한 정리법이 아니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작은 반복이었다. 물건을 줄이면서 감정을 돌아보았고 감정을 정리하면서 나를 알아보았고, 또 나를 알아가면서 나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는 더 적게 갖더라도, 나를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삶을 선택하고 싶다. 그 것은 미니멀리즘이 나에게 알려준 가장 소중한 가치다. 덜어낸 자리, 그 빈 공간에서 나는 다시 나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