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 미니멀리즘

물건을 줄였더니 관계가 바뀌었다 - 인간관계 미니멀리즘

Simpinfo 2025. 6. 28. 12:31

 물건을 정리하며, 사람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처음 미니멀리즘을 실천할 때에는, 나는 단지 집을 깔끔하게 만들고 싶었다. 또한, 물건을 정리하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천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공간뿐만 아니라 사람들에서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건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나를 둘러싼 관계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 관계는 왜 유지하고 있지?’, ‘이 만남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서랍 속 버리지 못한 오래된 물건처럼, 나도 어떤 사람들과의 관계를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건이 줄어든 만큼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내가 미니멀리즘을 통해 얻은 변화와 통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한다.


인간관계 미니멀리즘

 

감정까지 차지하던 사람들을 비워냈다

 예전의 나는 ‘관계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대학 시절 함께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하였던 동기, 최근에 연락은 거의 하지 않지만 과거에 가까웠던 사람들까지도 계속 연락처에 남겨 두었다. 또한, 이들과 영원한

관계를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물건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내가 자주 사용한다는 빈도를 기준으로 버린다’는 원칙을 세운 후, 나는 사람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이 관계는 지금의 나에게 편안한가?” “의무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질문 앞에서 나는 깜짝 놀랐다. 정말 많은 관계들이 ‘내가 감당하고 있었던 짐’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물리적으로 내 옆에 있지 않아도 감정과 에너지, 시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몇 년간 연락만 이어온 관계, 나와 맞지 않지만 반복적으로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모임을 조용히 정리했다. 그 자리에 나 자신이 들어올 수 있었다.

 

사람을 ‘소유’하지 않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좋은 사람이 된다면 사람을 많이 모을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명절마다 연락해야 하는 대상이 많고, 모임에서 중심에 서는 사람이 되어야 인정받는다는 착각이 있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이 사람과 멀어지면 손해일지도 몰라”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관계를 계속 있어갔다. 하지만 물건을 줄이며 나는 갖고 있는 것만으로 안심하려는 내 습관을 직면했다. 가끔은 누군가와의 관계도 ‘소유물’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잃으면 아깝고, 붙잡으면 불안하고, 결국 아무도 깊이 연결되지 못한 채, 얕은 인연을 쌓기만 했다. 어느 날, 이런 감정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으로, 누군가와의 거리를 스스로 좁히지 않기로 했다. 답장을 늦게 해도, 만나자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아도,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는 이상 내가 주도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부터 나는 사람을 ‘함께 존재하는 존재’로 느끼게 되었고, 그 관계는 더 가볍고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관계에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물건을 정리하며 나만의 경계 기준을 세웠던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에도 ‘이 선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생 시절에는 누군가 부탁을 하면 거절하지 못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모임에서 의견이 달라도 내 입장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했다. 나의 이런 행동이 상대방에게 ‘배려하는 행동’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경계 없는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잃고 있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부터는 관계 속에서도 나의 ‘공간’을 확보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연습했다. 거절하는 말투, 내 생각을 먼저 말하는 태도, 침묵을 어색해하지 않는 마음. 처음에는 많이 서툴렀지만, 그 연습 끝에 나는 상대에게 기대지 않고도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물건을 버리면서 갯수를 줄이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지만, 물건보다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남은 사람들은 오히려 더 가까워졌다

 신기하게도, 많은 관계를 정리한 후 남아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훨씬 깊고 따뜻해졌다. 예전에는 내가 인간관계에 쏟는 에너지를 여러 사람에게 나누었다. 그래서, 한 사람에게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적었다. 지금은 그 에너지를 소중한 사람 몇 명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10년 지기 한 친구는 말했다. “요즘 네가 더 편해졌어. 억지로 애쓰지 않아서 좋아.”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비로소 내가 누군가에게 ‘가벼운 존재’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미니멀리즘은 결국 나에게
‘적은 사람과 깊게 연결되는 방식’을 알려주었다. 적게 갖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이었다.


 

관계도 정리할 수 있다는 걸 미니멀리즘이 알려주었다

 사람을 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해방시켰다. 예전에는 모든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썼고, 누군가와 멀어지면 내가 나쁜 사람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삶에 필요한 관계는,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걸. 그리고 관계도 가끔은 공간처럼, 비워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니멀리즘은 내 공간만 정리한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연결 방식까지 다시 설계하게 했다. 그 덕분에 지금의 나는 더 적은 인연 속에서도 훨씬 더 따뜻하고, 깊고,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