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이 아니라 감정이 쌓여 있던 냉장고 자취를 하던 대학생 시절, 나는 냉장고가 꽉 차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무언가를 꺼내 먹을 수 있다는 여유, 식재료가 풍성하다는 것은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바탕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은 바쁘게 사는 나에게 주는 보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문을 열 때마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음식물들이 섞여 있는 냄새, 배달하고 남은 음식, 남은 반찬을 남아놓고 까먹었던 반찬통. 눈앞에 펼쳐진 이 작은 공간이 부담스러웠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가득 찬 냉장고는 사실 내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계획과 감정, 미련의 축적이었다. 어떤 사람은 냉장고에 삶이 담긴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실감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