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과 직장 인간관계의 비움 – 동료와의 거리 조절법

Simpinfo 2025. 7. 16. 22:31

일보다 더 힘든 건 사람과의 거리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업무'가 아니다. 바로 사람과의 거리, 특히 동료와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부담이다. 나는 한때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 노력했다. 점심시간에 혼자 있는 동료를 보면 같이 밥을 먹자고 먼저 말을 걸었다. 또한, 팀 분위기를 위해 늘 웃으며 리액션을 해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로감이 밀려왔다. 언제나 사람들과 억지로 이어져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고 침묵이 불편한 회식 자리 속에 늘 남아 있었다. 또한, 회식 자리 속에서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질문들이 오갔다. 그런 관계들은 오히려 나의 에너지와 창의력을 소모시켰다. 그 무렵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접했고, 물건뿐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미니멀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큰 울림을 받았다. 이 글에서는 직장 내 인간관계에 미니멀리즘을 적용해 어떻게 '비움'을 통해 거리감을 조절하고, 동시에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를 내 경험과 함께 풀어보고자 한다.


미니멀리즘과 인간관계의 비움

 

미니멀리즘은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많은 사람들은 미니멀리즘을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삶의 방식으로 이해한다. 진짜 본질은 ‘본질 외의 것들을 비우는 것’에 있다. 그 대상이 물건이든, 시간이든, 사람이든 말이다. 나는 이전 직장에서 모든 동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다. 생일이면 직접 선물을 준비하고, 단톡방에서는 빠짐없이 반응했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는 내가 나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직장 내 인간관계를 무조건 ‘넓고 친밀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진짜 편안한 인간관계를 구성할 수 있었다. 미니멀리즘적 인간관계란, 모든 사람과 가까워지기보다는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그 결과, 감정 노동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절이 아니라 ‘선택적인 연결’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누굴 멀리 하느냐보다 누구에게 진심을 보낼지를 스스로 정하는 기준을 갖는 것이다.

과도한 친밀은 피로를 만든다

 직장 내 과도한 친밀함은 때로는 독이 된다. 같은 공간에서 하루 8시간 이상을 보내는 사람들과 무조건 친해져야 한다는 압박감은 인간관계를 감정의 의무로 만든다. 더 나아가, 피로로 이어지게 된다. 나는 한 시기에 너무 자주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고, 매일같이 커피를 마시며 사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는 나도 팀워크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 자신의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점심시간조차 혼자 있으면 어색할까 봐 누군가를 찾았다. 또한, 퇴근 후에도 동료들의 연락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거리 조절을 시도하면서 놀랍게도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선 긋기’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게 되었고, 대화의 밀도는 더욱 깊어졌다. 친밀감은 강제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감정의 잔소음이 줄어든 인간관계는 예의와 신뢰가 남는다.

관계에도 ‘정리’가 필요하다

 미니멀리즘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불필요한 것을 줄이는 것이 전제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동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종종 내 본심을 흐리게 만든다. 나는 직장 내에서 ‘사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과도하게 양보했다. 또한, 상대방의 부탁에 거절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결과는 업무와는 관계없는 개인적인 부탁까지 도맡게 되는 현실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관계를 정리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예전엔 자주 연락했지만 이제는 서로 부담이 되는 관계’, ‘업무 외에 사적인 연결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사이’들을 조용히 정리했다. 물론 처음에는 거리감이 생긴 것 같아 걱정했다. 하지만, 오히려 업무 효율은 더 좋아졌고, 나를 더 명확하게 대하는 동료들도 늘어났다. 관계를 정리한다고 해서 싸움을 하거나 무례하게 굴 필요는 없다. 단지, 친절과 친밀을 혼동하지 않는 태도만으로도 많은 관계가 건강해진다.

선명한 거리감이 오히려 진짜 친밀감을 만든다

 가장 이상적인 직장 관계는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이 아니다. 누구와도 부담 없이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리를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나는 이후 새 직장에서 아예 점심을 혼자 먹는 날을 일부러 만들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나의 공간을 존중해주는 동료들이 생겼다. 더 나아가, 그들과의 관계는 더 진실해졌다. 인간관계는 밀도가 전부가 아니다. 거리와 여백이 있어야 진정한 감정이 자란다. 과도한 친밀감은 오히려 피로를 만들지만, 적당한 거리감은 오히려 상호 존중을 가능하게 한다. ‘가깝지만 선을 지킨다’는 원칙은 내가 인간관계에서 느끼던 불안과 피로를 줄여주었다. 더 나아가, 감정보다 명확한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결국 미니멀리즘은 감정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필요한 감정만 남기자는 실천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진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비워야만 보이는 관계의 본질

 미니멀리즘은 물건뿐 아니라 사람 사이의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직장 내 인간관계는 복잡하고 미묘하다. 하지만, 꼭 복잡하게 유지할 필요는 없다. 진심 어린 관계 몇 개면 충분하다. 나는 인간관계의 밀도보다 질에 집중했을 때, 훨씬 가볍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과도한 친절은 때로는 자기부정이며, 거리 조절은 결코 냉정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진심은 또렷하게 드러난다. 미니멀리즘적 인간관계란 필요한 만큼만 감정을 나누고, 불필요한 감정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비움은 단절이 아니라 선택이다. 관계에서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진짜 중요한 사람과 더 깊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나 자신 또한 잃지 않게 된다. 이제는 사람을 무작정 많이 만나기보다는, 누구와 어떤 거리로 만날지를 고민하는 삶이 필요하다. 인간관계에도 ‘적정 거리’라는 미학이 존재한다는 걸, 나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