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과 ‘미루기 습관’ 극복 실험기 – 비움으로 생긴 실행력

Simpinfo 2025. 7. 14. 22:52

‘미루기’는 게으름이 아니라, 과잉이다

 나는 늘 무언가를 미루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으려면 책상 정리부터 해야 했다. 또한, 방 정리를 하기 위해서는 음악부터 틀어야 했다. 결국 어떤 일도 바로 시작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런 습관을 ‘의지 부족’이나 ‘게으름’이라고 한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나는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다. 미루기의 근본에는 ‘과잉’이 있었다. 눈앞의 물건이 너무 많아도, 할 일이 너무 많아도, 감정이 너무 복잡해도 사람은 행동을 멈춘다. 나는 그동안 ‘해야 할 일’을 줄이려 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주변을, 그리고 나 마음을 비우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미루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한 미니멀리즘 실험’을 시작했다. 공간, 일정, 감정, 할 일을 비우는 과정에서 놀랍게도 행동력이 생겼다. 그 결과, 그동안 미루던 일들이 하나씩 해결되기 시작했다. 이 글은 내가 비움을 통해 실행력을 회복한 실제 이야기다. 실제로 이 실험은 단순한 습관 개선이 아니다. 이는 나 자신과의 관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미루던 일들을 해내면서, 내 자신에 대한 신뢰도 조금씩 회복되었다.


미루기 습관 극복 챌린지 - 미니멀리즘의 변화

미루기의 정체: 시간 부족이 아니라 마음의 과잉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루는 이유를 ‘시간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현실은 달랐다. 정작 시간이 주어져도 행동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아침에 30분이 비어 있어도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운동은 미뤄졌다. 퇴근 후 2시간이 생겨도 글쓰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가지기 전의 나는 이 상황을 나의 ‘의지 부족’으로만 해석했다.

하지만 어느 날, 책상 위에 산처럼 쌓인 서류와 물건들을 보고 깨달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이유는 이미 내 주변과 마음이 과부하 상태였기 때문이다.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너무 많고, 해야 할 일들이 뒤섞여 있으면 뇌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모른다. 이것은 단순한 시간 문제가 아니다. 이는 ‘선택 피로’와 ‘주의 분산’의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미루기를 줄이기 위한 첫걸음으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정신적 과잉을 제거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자극과 정보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그것이 행동을 늦추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공간 비우기부터 시작한 ‘실행력 실험’

 가장 먼저 내가 실천한 것은 공간의 비우기였다. 책상 위를 비우고,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책상엔 노트북과 펜 하나만 남겼다. 또한, 벽에 걸린 장식물, 메모지, 달력까지 모두 치웠다. 하루 만에 공간은 훨씬 단순해졌다. 이상하게도 공간이 단순해지면 앉자마자 무언가를 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특히 효과가 컸던 건 ‘시선의 정리’였다. 책상 위에 책이 쌓여 있으면 그중 어느 책을 읽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단 한 권만 남겨두면 고민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 작은 변화는 신기하게도 실행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예전에는 책을 꺼내두고도 며칠씩 펴지 않았는데, 지금은 책상에 올려놓는 순간부터 읽게 된다. 물건이 줄어드니 선택도 빨라졌고, 선택이 빨라지니 행동도 따라왔다. 공간을 비우는 것은 결국 마음의 망설임을 줄이는 작업이었다. 정리된 공간은 단순히 보기 좋다는 걸 넘어서, 실행력을 위한 기반이 되었다.
실제로 ‘물리적인 공간의 비움’은 정신적인 압박감을 줄이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지금 할 일’만 남겼을 때 생긴 집중력

 그 다음 단계는 할 일 리스트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의 할 일을 적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늘 너무 많았고,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하루를 끝내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단 한 가지 일만 정해서 그것만 하자’는 규칙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오늘은 운동 30분, 내일은 블로그 글쓰기 1편. 하루에 하나만 하기로 했을 뿐인데 집중력이 급격히 올라갔다. 또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도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해야 할 일’이 많을수록 뇌는 ‘지금 할 일’을 선택하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여러 개의 창을 띄운 컴퓨터처럼, 마음도 느려진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적으로 접근하면, 할 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이 방식으로 미뤄왔던 블로그 글도 매일 하나씩 써냈다. 몇 달간 미뤘던 옷장 정리, 구독 취소, 진료 예약 등도 하나씩 해결했다. 과거엔 ‘언젠가 해야지’라고 생각만 하던 것들이 이제는 ‘오늘 할 수 있는 일’로 바뀌었다. 이 간단한 방식 하나로 삶이 훨씬 가볍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지속 가능했기에, 지금도 꾸준히 적용하고 있는 루틴이 되었다.

감정 미루기까지 멈췄을 때의 변화

 가장 깊은 변화는 ‘감정 미루기’를 멈췄을 때 나타났다. 나는 자주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끼거나, 해야 할 말이 있어도 표현하지 않고 미루었다. 그런 감정들은 마음 한편에 쌓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의 에너지를 갉아먹었다. 그런데 공간과 일정, 할 일을 줄이며 마음속 감정까지 비워내자, 내가 얼마나 많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하루에 한 번 감정을 쓰는 감정노트를 시작했고, 관계에서 느낀 감정들을 바로바로 적고 마주했다. 무거운 감정이 쌓이지 않으니 가벼워졌다. 그 결과, 그날 해야 할 일에도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었다. 예전엔 감정이 쌓이면 모든 행동이 멈췄는데, 이제는 감정이 흐르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었다.
감정도 공간처럼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필요 없는 오해, 쓸모없는 기대, 지나간 감정에 머무는 습관을 비우자, 내 안에 에너지가 생겼고 실행력도 회복되었다. 감정의 흐름을 억지로 멈추는 것보다, 흘려보내는 것이 더 건강한 삶의 방식이라는 걸 몸소 느낀 순간이었다.


비움이 만들어낸 가장 큰 성취, ‘즉시 행동하는 나’

 미루는 습관을 바꾸기 위해 의지를 키우려고 노력한 시간보다 비우는 실천을 한 시간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공간을 비우고, 할 일을 줄이고, 감정을 정리하면서 나는 어느새 ‘즉시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실행력을 말할 때 항상 ‘계획’과 ‘동기부여’를 이야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움으로 여백을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과거의 나는 늘 ‘언젠가’를 외쳤고 그 말 뒤에 숨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 여기’에 있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 변화는 거창한 다짐이 아니라 작은 비움에서 시작됐다. 책상 위에서, 일정표 안에서, 내 마음 속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 어내며 나를 다시 세운 시간이었다. 미루는 내가 아니라, 바로 움직이는 나로 살아가는 삶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가 미니멀리즘을 통해 얻은 가장 강력한 변화였다. 그리고 이 변화는 오늘도 내 삶을 조금씩 앞으로 이끌고 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하나를 실천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삶 전체를 바꾸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