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과 SNS 인간관계 – 언팔보다 필요한 건 내 감정 정리였다
관계를 비우고 싶은 것은 사람보다 내 마음 때문이었다
SNS 속 관계는 참 이상하다. 현실에서는 거의 교류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사진 하나, 스토리 하나로 하루의 기분이 흔들리기도 한다. 나도 그런 감정의 진폭을 수없이 경험했다. 어떤 날은 다른 친구의 명품 가방 구매 후기를 보며 내 일상이 초라해져 보이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상대방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답글을 받았을 때 괜히 기분이 상하고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피로함이 쌓여갈수록, ‘차라리 다 언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막상 언팔 버튼을 누르기엔 복잡한 감정들이 따라왔다. 예의가 아닌 것 같았고 나는 언팔로우했지만 그는 팔로우를 하고 있기에 괜히 뒤에서 욕먹을까 걱정되었다. 또한, 애써 맺은 관계를 끊는 것 같아 주저하게 됐다. 그러다 문득, 이 불편함은 타인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팔을 고민하기 전에 내가 왜 이 관계에서 피로를 느끼는지, 그 감정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SNS 속 관계를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감정의 무게까지 덜어내는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글은 내가 겪은 감정의 정리 과정과 SNS를 둘러싼 인간관계를 미니멀하게 다시 바라보게 된 경험을 담았다.
피드의 피로, 팔로잉보다 감정이 더 많았다
SNS를 열 때마다 느꼈던 피로감의 정체를 처음에는 잘 몰랐다. 단순히 정보가 많아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한참을 돌아본 끝에 알게 된 것은 문제는 팔로우 수나 콘텐츠 양이 아니었다. 이 피로함은 피드를 보며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있는 내 감정이었다. 친구의 여행 사진, 동료의 승진 소식, 누군가가 오마카세를 방문하며 즐기는 생일 파티 — 나는 타인의 일상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나의 삶과 비교하고 있었다. “나는 왜 이 나이에 이 정도밖에 못 살고 있을까?” “왜 나만 혼자인 것 같지?”라는 생각들이 피드를 넘길수록 점점 더 선명해졌다.
이런 비교는 팔로잉 숫자를 줄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언팔을 해도 그 사람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또한, 새로운 피드 속 인물에게 또다시 같은 감정을 느꼈다. 결국 내 감정 안에 있는 ‘불안과 결핍’이 정리되지 않는 한 아무리 피드를 비워도 피로는 반복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팔로우 목록을 줄이기보다 먼저 ‘비교 충동이 올라올 때 내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관찰하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렇게 감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팔로우 수가 많아도 덜 흔들리게 되었다. 이로 인한 불편한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SNS 미니멀리즘은 결국, 감정에서 먼저 시작해야 하는 정리법이었다.
언팔보다 어려운 것은 ‘관계의 애매함’과 마주하는 일
SNS에서는 모든 관계가 엉성하게 연결되어 있다. 중학교 동창, 회사 전 직장 동료, 소개팅 한 번 했던 사람, 지인의 지인까지. 이들과 특별히 친하지도 않지만, 서로 팔로우는 되어 있고, 스토리를 보고 좋아요도 눌러주는 애매한 관계들. 나도 그런 관계가 엄청 많았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소식이 내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곱씹어보면, 불편함이 작게 쌓이고 있었다.
이것의 가장 큰 문제는 그 관계를 끊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언팔하면 티가 나고, 괜한 오해를 살까 봐 망설여졌다. 특히 직장인으로서 인맥이 줄어든다는 불안도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자꾸 그들의 피드에 좋아요를 누르며 억지로 반응하며 내 감정을 숨긴 채 피곤한 소셜 루틴을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이 관계를 끊지 못하는가?” 그 질문 끝에 닿은 것은 결국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나의 과도한 사회적 이미지 욕구였다.
이후 나는 언팔 대신 ‘관계의 거리두기’를 선택했다. 그 사람의 피드를 보기 어렵다면 숨김 처리를 진행하였다. 또한, 아예 인스타그램 앱을 일정 시간 동안 지우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 관계에서 왜 나는 계속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애쓰는지를 기록하며 감정을 정리했다. SNS에서 사람을 끊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나는 왜 이 관계를 끊기 어려워하는가’라는 질문에 솔직해지는 일이었다.
나에게 집중하기 위한 SNS 사용법 – 정보가 아니라 감정을 중심에 둔다
SNS는 원래 ‘연결’을 위한 도구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에겐 관계와 비교의 거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사용 방식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목표는 단순했다. 정보를 보려고 SNS를 여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만’ 사용하자는 것.
우선 아침부터 SNS를 열지 않았다.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타인의 감정이나 이미지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은 나의 흐름을 흐트러뜨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그 대신 일어나자마자 나의 기분과 상태를 간단히 기록했다. 점심 시간 이후에만 SNS를 확인했고, 특정 피드나 계정이 불편하게 느껴지면 곧바로 숨김 처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좋아요나 팔로워 수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숫자에 신경을 썼다. 내가 올린 사진에 반응이 없으면 괜히 외면당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특정 사람의 피드에 내가 ‘좋아요’를 누르지 않으면 그가 상처받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SNS는 일상의 일부일 뿐, 나의 전부는 아니다는 문장을 되뇌며 조금씩 내 사용 기준을 정립해 갔다. 그렇게 하자 SNS는 다시 정보보다 감정을 정돈하는 도구가 되어주었다.
비우는 것은 결국, 타인이 아니라 나의 에너지였다
나는 오랫동안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을 기준으로 언팔 명단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관점을 바꾸었다. 결국 SNS 미니멀리즘은 사람을 끊는 게 아니라, 내 에너지를 덜 소모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었다. 내가 가장 집중하고 싶은 것은 어떤 사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다운 감정이 유지되느냐는 점이었다.
그 기준을 정하고 나서부터는 언팔이든, 숨김이든, 앱 삭제든 선택이 쉬워졌다. 이전에는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내가 이 선택을 하고 나서 편안해지는가’를 본다. 예전엔 누군가를 언팔하면 죄책감이 남았지만, 지금은 감정이 정리됐기 때문에 미련이나 눈치보다 내 감정이 먼저다.
이 변화는 나에게 큰 해방감을 줬다. 단순히 피드가 조용해진 것이 아니라, 감정의 배경음이 잦아든 느낌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소식만 받아들이고, 그 외의 것엔 에너지를 주지 않는 삶. 그것이 SNS를 정리하면서 배운 가장 큰 배움이었다. 사람을 줄이려 하지 말고, 에너지의 흐름을 조절하라. 그것이 진짜 미니멀리즘이었다.
진짜 정리는 화면 밖에서 시작된다
SNS 속 관계를 비운다는 건 단순한 ‘언팔로우’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어떤 감정을 받아들이고, 어떤 감정을 놓아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불편한 피드를 끊어내면서 내 안의 불안을 들여다보았다. 동시에, 불필요한 관계를 덜어내면서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다시 발견했다. 진짜 정리는 앱 안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화면을 끈 뒤에 나의 감정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시작되었다. 언팔보다 어려운 건 감정을 정리하는 일이지만, 그 정리를 해낸 뒤의 평온함은 비교할 수 없다. 나는 이제 누굴 끊을지보다 누구와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러운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것이 미니멀리즘이 알려준 SNS 인간관계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