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과 월경 – 생리대부터 감정까지 비워낸 경험
불편한 것은 생리 자체가 아니라, 내가 쌓아두었던 것들이었다
나는 매달 월경 기간이 다가오면 알 수 없는 불편함과 무거운 감정에 시달렸다. 단지 육체적인 증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생리통, 피로, 예민함 등 신체적 고통도 물론 존재했다. 정작 나를 가장 지치게 만든 것은 이 시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감정의 혼란과 관리의 부담이었다. 생리대, 진통제, 여분의 속옷, 여분의 옷, 핫팩 등을 챙겨야 해서 가방은 늘 무거웠다. 또한, 생리 시기가 불규칙하기에 갑작스럽게 월경이 시작되어서 속옷에 묻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었다. 가방은 항상 무겁고, 머릿속은 더 복잡했다. ‘이걸 챙겼나? 혹시 새어 나진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화장실을 갈 때마다 혹시 새지는 않았을까 계속 확인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이렇게 나에게 월경은 늘 준비하고 조심해야 하는 이벤트였다. 그래서일까, 매번 내가 ‘불완전한 상태’로 존재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삶의 여러 부분을 정리하던 중 문득 월경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던 이 시기를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면, 매달 반복되는 피로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생리대부터 감정까지 비워내기 시작했다. 이 글은 미니멀리즘이 월경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한 솔직한 경험담이자, ‘비운다는 것’이 여성의 삶에서 어떤 해방감을 주는지를 기록한 글이다.
생리용품을 정리하며 나의 불안도 정리되었다
나는 생리 기간이 다가오면 마치 여행을 가서 짐 싸듯이 준비했다. 가방 안에는 생리대가 종류별로 들어 있었고, 언제 어디서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매번 여유분을 과도하게 챙겼다. 생리대는 대형, 중형, 팬티라이너까지 3~4종을 갖추었다. 그 외에도 진통제, 물티슈, 여분의 속옷, 작은 파우치까지 챙겼기에 가방은 늘 무거웠다. 하지만 정작 사용하지 않는 것도 많았고, 지나치게 준비하려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반복됐다. 바쁜 출근길에 이를 챙기면서 지하철을 놓친 적도 많았다.
어느 날, 미니멀리즘 실천의 일환으로 생리용품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한 가지 제품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정리했다. 그때부터 가방이 가벼워졌고, 월경이라는 이벤트가 더 이상 ‘사건’처럼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생리컵이나 탐폰도 시도해 보았다. 결국 나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맞는 간결한 선택 하나를 찾는 게 핵심이었다. 무엇보다 생리용품을 줄이자, 매달 반복되던 ‘준비 불안’이 사라졌고, 예민함과 걱정이 확연히 줄었다. 단순한 선택은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내 감정과 사고의 공간도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이때 처음으로 ‘준비’라는 명목으로 나 자신을 얼마나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월경 앱과 기록을 멈추자 몸의 리듬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몇 년간 월경을 앱으로 철저히 관리했다. 주기, 증상, 감정, 통증 정도까지 하나하나 입력하며 ‘정확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처음에는 체계적으로 내 몸을 아는 것 같아 뿌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앱이 알려주는 알림과 숫자에 나를 맞추려는 습관이 생기면서, 오히려 내 몸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늘이 생리 예정일인데 왜 안 하지?’ ‘이번 달은 왜 더 아프지?’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내 몸보다 숫자에 더 의존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생리 주기가 더 맞지 않는다는 기분도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앱을 지우고 기록을 멈췄다. 대신,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집중하기로 했다. 허리가 묵직하거나 유독 피로한 날이면 스스로를 돌보는 루틴을 만들며 몸이 보내는 메시지를 무시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비로소 나의 생리 주기와 감정 곡선이 자연스럽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앱을 지우는 것은 단순한 디지털 미니멀리즘일 뿐 아니라, 내 몸에 다시 귀 기울이는 방식이 되었다. 몸을 수치화하지 않으니, ‘비정상’에 대한 불안도 사라졌다. 이 결과, 나의 생리는 다른 누구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리듬으로 돌아왔다.
감정을 버티지 않고,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다
월경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예민해진 감정이었다. 사소한 일에도 울컥하고, 평소엔 괜찮았던 말에 상처받기도 했다. 또한, 아무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면서 침대에서 자기 일쑤였다. 나는 그 감정을 참으려고만 했다. ‘생리 중이니까 참자’, ‘이런 말 하면 민폐일 거야’ 같은 생각들이 머리를 지배했고, 결국 감정을 억누르느라 더 지쳐갔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나는 감정도 정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리는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흐르게 두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월경 중 감정이 요동칠 때면 억누르기보다 글로 적으며 내 자신을 달래곤 했다. 또한, 조용히 산책을 하며 흘려보내는 방법을 택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무기력해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이 있었지만, 감정을 억누르지 않자 오히려 회복이 빨라졌다. 나는 생리 기간 동안 특별히 강해질 필요가 없었다. 그저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었다. 감정을 덜어낸 것이 아니라, 억지로 붙잡고 있던 감정을 놓아주었다. 그것은 삶을 가볍게 만드는 미니멀리즘의 핵심 원리이기도 했다.
‘대비’가 아니라 ‘수용’이 월경을 바꿨다
나는 이전까지 월경을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계획적으로 대비하고, 예민함을 감춰야 하고, 업무나 사회생활에 지장 없이 넘겨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많은 용품, 더 철저한 일정 관리, 더 강한 약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깨달은 것은 월경은 억지로 극복하는 게 아니라, 흐름을 받아들이는 삶의 일부라는 사실이었다. 어느 날부터는 생리 첫날에는 가능한 한 일정을 비워두고, 몸이 원하는 만큼 눕거나 쉬는 걸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자 회복 속도도 빨라졌고, 생리통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조건 ‘같은 페이스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월경도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아닌 하나의 리듬처럼 느껴졌다.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조금 느려도, 예민해도, 누워 있어도 그것은 ‘실패한 하루’가 아니었다. ‘나답게 있는 것’을 허락하자, 월경은 더 이상 관리의 대상이 아닌 존중해야 할 나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렇게 월경이 바뀐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던 것이다.
비워냈을 뿐이지만 나는 더 나다워졌다
월경이라는 주제는 늘 불편하고, 숨기고 싶고, 가능한 한 빨리 지나가길 바랐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나는 그 시기를 정리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물건부터 감정, 행동까지 하나씩 덜어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나는 월경에 ‘대처’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사람이 되었다. 생리대의 개수보다 나의 리듬에 집중했고, 감정을 통제하기보다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계획을 밀어붙이기보다 흐름을 수용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불편했던 것은 생리 자체가 아니라, 그 위에 덧씌운 ‘완벽해야 한다’는 프레임이었다. 물건을 덜어냈을 뿐이지만 나는 더 나다워졌고, 훨씬 더 편안해졌다. 여성의 삶에서 월경은 피할 수 없는 일상이지만, 그 일상을 어떻게 마주하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미니멀리즘은 그 선택을 가볍게 해주었고, 그 안에서 나는 나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월경을 버텨내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