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지려는 마음 대신에 더 나를 신뢰하기로 한 날
나의 하루는 ‘더 좋은 것을 가지기 위한 계획’으로 가득 차 있었다. 더 좋은 노트북을 가지며 더 고급스러운 책상에서 일하고자 한다. 또한, 4 더 멋진 옷과 시계. 그 모든 것이 내가 ‘더 나은 사람’처럼 느껴지게 해 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렇게 가득 채운 공간 속에서도 이상하리만큼 공허함은 커져만 갔다. 많은 물건을 가졌지만, 정작 중요한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 없는 내 마음을 덮기 위해 물건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물건 대신 나 자신을 믿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 더 많이 갖기 위한 움직임에서 벗어나,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신뢰하는 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그 선택은 단지 물건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서, 나의 사고방식과 일상의 리듬까지 바꿔놓았다. 이 글은 ‘나를 신뢰하기로 한 날’부터 시작된 그 변화의 과정이자, 미니멀리즘이 어떻게 자기확신으로 연결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타인의 기준 대신 나 자신의 기준을 선택하는 용기, 그것이 바로 나의 미니멀리즘이었다.
불안의 형태는 ‘물건’이었다
내가 미니멀리즘에 처음 관심을 가진 계기는 단순한 정리욕구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나의 삶은 늘 불안했다. 이직을 반복했고 삶에 만족도가 굉장히 낮았다. 애인과의 관계, 부모님과의 관계는 불안정했으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은 희미했다.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나는 쇼핑을 했다. 예쁜 노트북 파우치, SNS에 올리면 멋있는 책, 운동복 세트, 새로운 화장품 등이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내 부족한 정체성을 채워주는 응급처치 키트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허전했다. 그래서 더 샀다. 그렇게 물건은 내 불안을 덮는 가림막이 되었고, 나는 점점 더 ‘갖는 것’에 중독되었다.
어느 날, 옷장을 열었는데 입을 옷이 없다고 느끼는 자신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꼈다. 분명 옷은 넘칠 만큼 많았고, 서랍은 꽉 차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이 모순된 감정의 정체를 곱씹다 보니,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물건을 하나씩 줄이기 시작했다. 단지 공간을 비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이유는 내 불안을 외부의 물건이 아닌 나 자신에게 되돌리기 위해서였다.
더 이상 소비가 내 기분을 대체하지 못하게 되자, 자연스럽게 내 감정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비로소 나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물건이 사라진 자리엔 질문이 남았다. 이 질문은 나를 진짜로 알아가는 여정의 시작이 되었다.
버림을 통해 ‘신뢰’가 시작되다
나는 우선 집 안에서 가장 작은 공간인 책상부터 시작했다. 더 이상 읽지 않을 책, 필요 이상으로 쌓여 있는 노트, 번번이 실패한 다이어트 프로그램 자료들 등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이걸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내 흔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물건도 나를 바꿔준 적은 없었다. 오히려 그 믿음이 나를 계속 남의 시선 속에 사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결국 내 안에 있는 힘을 잊게 만들었다.
책상 위가 비워지고 난 후에, 놀랍게도 그 자리엔 나의 생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건이 있을 때에는 집중이 되지 않던 글쓰기도 다시 손이 갔다. SNS를 보고 타인의 삶을 따라 하려던 습관도 줄어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이걸 원하나?”, “이건 내 선택이 맞나?” 그렇게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혼란이 줄어들고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버림은 공간을 비우는 행위였지만, 결국 나를 믿는 연습이 되었다.
버림은 단절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진실한 나와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남겨진 물건들에는 ‘내가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점점 더 분명해졌다. 결과적으로 나는 물건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 기준을 재정의하게 되었고, 이는 신뢰라는 이름의 뿌리로 자라났다.
자기 확신은 결정의 반복에서 온다
예전의 나는 결정을 미루는 사람이었다. 외식 메뉴 하나를 고르기 위해 친구에게 의지하고, 집안 가구 배치도 인스타그램을 참고해야만 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내 선택이 옳을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작은 결정들을 스스로 내리기 시작했다. 어떤 물건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기준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판단력은 조금씩 단단해졌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 스마트워치를 정리하면서, ‘내가 운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계가 없기 때문이다’이라는 변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시계를 버리고 나니 오히려 운동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것이 진짜 행동의 변화로 이어졌다. 자기 확신은 거창한 목표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자기 확신이란 선택을 반복해서 내리는 훈련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은 나를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처음엔 작았던 결정이 반복되며 신념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신념은 외부가 흔들 수 없는 내면의 기준이 되었다. 자기 확신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결정한 나를 지지하는 능력이었다.
나를 믿기로 한 날의 이후
물건을 줄이고 삶의 기준을 나에게로 돌린 이후, 나는 많은 면에서 달라졌다. 시간 관리가 유연해졌고, 감정 기복이 줄었다. 불필요한 비교에서 자유로워졌다.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나 자신을 신뢰하는 감각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할 때 ‘내가 정했으니 괜찮다.’는 마음가짐은 놀라울 정도로 나를 안정시켰다.
가장 인상 깊었던 변화는 인간관계였다. 물건을 덜 가지게 되자, 관계도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과거의 나는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좋은 사람’ 역할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와 진짜 연결되는 사람들만 곁에 남기게 되었다. 그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깊은 연결이었다. 나를 믿는다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떤 관계를 선택할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스스로 인식하고 주도하는 힘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나를 위해 사는 시간이 늘어났다. 누구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내 삶을 구성하는 힘이 생긴 것이다. 그건 단순한 편안함이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회복한 상태였다.
결국 물건이 아니라 ‘나’가 남는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정리 방법이 아니다. 이는 삶의 중심을 되찾는 연습이었다. 불안할수록 우리는 물건을 찾지만, 사실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나는 더 이상 “이것만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 대신, “나는 내가 결정할 수 있어.”라는 문장을 선택한다. 나를 믿기로 한 그날부터, 내 삶은 더 가벼워졌고, 동시에 더 깊어졌다.
결국 삶에 남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나의 선택과 그 선택을 만든 신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오늘 단 하나의 물건을 버려보기를 바란다. 그것이 물건이든, 타인의 시선이든, 오래된 불안이든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당신 자신을 놓아보자. 진짜 믿어야 할 것은 언제나 당신 자신이라는 사실을 오늘 꼭 기억하길 바란다.
이 믿음은 작은 시작에서 비롯된다. 그 믿음이 깊어질수록 당신은 더 이상 외부가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의 기준이 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결국 진짜 자신을 소유하는 삶은, 가장 강력한 형태의 자기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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