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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이 만들어준 재정의 자유 - 미니멀리즘과 돈 이야기

Simpinfo 2025. 6. 29. 15:30

 

 ‘돈을 벌어도 늘 부족한 이유’


 “돈이 있어도 항상 모자라.” 이 말은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내뱉는 푸념이다. 열심히 일하고 월급도 받지만, 통장은 늘 빠듯하다. 의아했다. 분명 수입이 늘었는데, 왜 저축은 늘지 않을까?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수입보다 소비의 방식이 문제였다. 나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소비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안과 비교심리, 충동으로 인해 지갑을 열고 있었다. 항상 ‘필요해서’ 산다고 말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대부분은 정서적 허기를 채우기 위한 구매였다. 그렇게 끊임없이 쌓여가던 물건들은 내 공간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심지어 통장을 비우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미니멀리즘을 접하게 되었고, ‘비움’이 나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는 말에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실천을 시작했다. 그 결과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단순히 물건을 줄인 것이 아니었다. 나는 소비의 관점을 바꾸었고, 그와 함께 돈과 삶 전체를 새롭게 정의하게 되었다.


 

미니멀리즘과 돈 이야기

 

 ‘갖고 싶은 것’보다 ‘살고 싶은 삶’

  미니멀리즘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이 물건을 사고 싶은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세일이나 한정판, 유행이라는 말만 들어도 사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무언가를 ‘이룬 듯한’ 만족감을 얻으려 했다. 그러나 그렇게 산 대부분의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흥미를 잃었고, 다시 새로운 소비를 부추겼다. 구체적으로, 인형을 정말 좋아했던 나는 스타벅스 한정판 인형들을 전부 모았었다. 인형들을 가졌을 처음에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는 싫증이 났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소비의 굴레 안에서 정체된 감정을 해소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부터 ‘갖고 싶은 것’보다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에 집중하게 되었다. 매장을 스쳐 지나가며 물건을 보더라도, “미래에도 내가 사용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렇게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많은 소비가 걸러졌다. 소비는 단순한 돈의 이동이 아니라, 나의 삶을 구성하는 기준과 태도의 반영이었다. 삶의 방향이 명확해지자, 돈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비의 목적이 바뀌면 돈의 흐름도 달라진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일했고, 그 돈으로 만족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만족은 너무 짧았고, 곧 허전함이 뒤따랐다. 미니멀리즘을 통해 소비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만족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점점 단순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 이상 최신 전자기기나 폴로, 라코스테, 스톤 아이랜드와 같은 브랜드 로고가 박힌 옷이 있어야 나를 증명할 수 있다고 믿지 않게 되었다. 대신 그 돈으로 나에게 필요한 시간, 관계, 경험을 선택하는 법을 배웠다. 예전엔 주말마다 카페를 전전하며 충동적으로 돈을 썼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간에 서점에 가서 자기계발서를 구매하거나 가족들과 산책하는 데 시간을 사용한다. 즉, 소비를 억제한다기보다 방향을 재설정한 것이다. 이렇게 나의 소비 기준이 바뀌자, 통장의 흐름도 바뀌었다. 불필요한 자동결제는 정리했고, 1년 넘게 입지 않은 옷들을 당근마켓에 팔아 소소한 수입도 얻었다. 삶이 가벼워질수록 돈도 가볍고 명확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비워야 보이는 진짜 필요와 가치

 미니멀리즘은 물리적인 공간 정리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자기 인식의 과정이다. 집 안 가득 쌓인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나는 왜 이걸 갖고 있었을까?’를 곱씹게 되었다. 그 물건 하나하나에는 내가 놓치고 있던 감정, 두려움, 외로움이 숨어 있었다. 어떤 물건은 ‘지금은 필요없지만 곧 필요할지도 모를 것이다’, 어떤 건 ‘다른 사람이 좋아할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사두었다. 하지만 실제로 물건들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한 것도, 기쁨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수십 가지 물건을 비워낸 뒤, 남은 건 내게 진짜로 소중한 것들이었다. 가볍지만 확실한 물건, 깊고 진정성 있는 관계, 그리고 비로소 마주한 나 자신이었다. 돈도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다 가지려 할 때는 오히려 중심을 잃고 낭비가 많아지지만, 필요를 명확히 정의하고 욕망을 정제하면 오히려 풍요가 찾아온다. 미니멀리즘은 결국 무엇이 진짜 내 삶을 이루는 가치인가를 스스로 선별하게 하는 도구였다.

 

돈에 휘둘리지 않는 삶의 기초 체력

 나는 미니멀리즘을 통해 돈과 감정의 거리두기를 배웠다. 예전에는 기분이 나쁘면 쇼핑으로, 기분이 좋으면 보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배달 음식으로 지출을 정당화했다. 기분이 안 좋은 날마다 내가 갖고 싶었던 명품 귀걸이, 가방을 구매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소비는 상황에 대한 대처가 아니라 감정의 일시적 해소였을 뿐이었다. 내 감정은 돈에 기대어 움직이고 있었고, 결국 그 대가는 통장 잔고의 고갈과 더 깊은 무력감이었다. 미니멀리즘은 그 고리를 끊어줬다.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스마트폰 속 쇼핑앱 대신 종이노트를 꺼내어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적기 시작했다. 이 결과 나의 마음을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 감정의 원인을 직면하고 돌보자 돈으로 위로받을 일이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소비는 줄었고, 저축과 투자로 자산은 늘어났다. 더 중요한 건, 돈이 많아졌다는 사실보다 돈에 휘둘리지 않는 삶의 기초 체력이 생겼다는 점이다. 내 감정도, 삶도, 경제도 내가 주도하는 상태. 이게 내가 미니멀리즘을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자유였다.


 

 사람들은 종종 자유를 더 많은 소유에서 찾는다. 더 많은 돈, 더 큰 집, 더 좋은 물건. 하지만 나는 미니멀리즘을 통해 진짜 자유는 덜어낼 때 생긴다는 것을 체감했다. 역설적일 수 있지만 미니멀리즘을 통해 덜어낸다면 이 과정 속에서 더 많은 돈을 아낄 수 있어서 더 좋은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었다. 덜어내면 내 공간이 보이고, 내 감정이 들리고, 내 삶이 보인다. 비워야만 진짜 원하는 것을 담을 수 있다. 소비는 멈추지 않아도 된다. 다만 내가 정말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면 그 소비는 나를 위한 ‘선택’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덜어낸다. 그렇게 덜어낸 만큼 나는 자유로워졌고 돈에 끌려다니지 않는 삶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질문이다. 지금 내가 쓰는 이 돈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금 내가 채우는 이 물건은 정말 나에게 필요한가? 이 질문을 매일의 소비 앞에 세워보면, 우리는 소비를 통해 채워야 할 게 ‘물건’이 아니라 ‘확신’이라는 걸 알게 된다. 덜어내는 연습은 곧 나를 중심에 두는 연습이고, 돈의 방향에 나의 가치를 입히는 과정이다.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의 지출은 진짜 당신의 삶을 지지하고 있는가? 그 질문이 시작이라면, 그다음은 ‘비움’이 대답해줄 것이다.